죽이고 싶은, 2010

조원희, 김상화 감독

천호진, 유해진 주연

-------------------

스릴러라기 보다는 코믹스러웠던 영화. 영화의 작품성보다는 굵직한 두 배우의 연기력이 돋보였던 영화.

사람에게는 누구나 '죽이고 싶은' 대상이 있다. 대부분 그 대상이 '사람'인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념, 사상, 나라, 혹은 '악' 등등과 추상적이거나 조직적인 개념인 경우도 더러 있다.

더 나아가, 그런 '죽이고 싶은' 대상을 놓고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도 사실이다. 영화에서처럼, 천호진이 그렇게 죽고만 싶어하다가 - 천호진의 경우처럼 본인 스스로를 죽이고 싶어 안달나는 경우도 있다 - 결국 죽이고 싶은 다른 대상이 나타나자 살고자 하는 욕구를 불태우는 것을 보게 된다. 즉, 달리 말하면 어떤 대상을 죽이고자 할 때 삶에 의욕이 생긴다는 것이다.

여기서, 대상을 죽인다는 것이 꼭 피를 흘리는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 알것이다. 북한이 남한을 짓누르기 위해 국방력을 강화시키는 것, 직장에서 직장 동료들보다 자신이 더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 기독교에서 나(의 교만함)를 죽이고 예수의 영이 살도록 하는 노력, 더 가깝게 얘기하면 게임을 하더라도 남을 죽이고 내가 이기려는 노력 등등 그 내용은 사실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사람의 행동양식을 통해서 또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어떠한 목적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이다.

위의 내용을 거꾸로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무엇인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은, 즉, 무엇인가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엇을 죽이고, 또 무엇을 살리려는 목적성에서는 자유할 수 없다. 다만, 우리의 삶 가운데서 정말 무엇을 죽여야 할지, 또 무엇을 살려야 할 지는 그 대상을 잘 선택할 필요가 있겠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