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with label Leadership. Show all posts
Showing posts with label Leadership. Show all posts

스티브 잡스, 암 투병 중에도 …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작가이자 은행 컨설턴트인 매슈 크로스는 애플 본사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 건물에서 희귀 췌장암 투병을 위해 병가 중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사진)가 걸어 나왔기 때문이다. 잡스는 누군가와 열심히 통화 중이었다. 크로스는 “걸음걸이는 힘찼고 목소리도 우렁찼다”고 전했다. 10일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보도한 잡스 목격담이다.

 최근 들어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잡스를 본 사람이 부쩍 늘었다. 그가 자주 찾는 팰로앨토에서 애플 임원들과 이야기 중인 장면도 목격됐다. 집에서 혹은 전화를 통해 회의를 하는 일도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요즘 몰두하고 있는 건 올봄 선보일 ‘아이패드2’와 여름에 출시할 ‘아이폰5’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회사의 일상업무는 최고운영책임자(COO) 팀 쿡(Tim Cook)이 챙기고 있지만 신모델 출시와 같은 전략적 결정은 여전히 잡스가 틀어쥐고 있다는 것이다. 잡스의 병가 소식 후 잠시 흔들렸던 애플 조직이 금세 안정을 되찾은 것도 이 같은 잡스의 행보 때문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에선 오는 6월 열리는 애플의 세계 개발자 콘퍼런스에 잡스가 다시 등장할지도 관심거리다.

 잡스가 애착을 보이면서 아이패드 신모델을 둘러싼 소문도 무성하다. WSJ는 아이패드2가 벌써 생산단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크기는 기존 아이패드와 같지만 두께는 더 얇아지고 무게는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제품과 달리 전면 카메라를 장착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메모리 용량을 늘리고 그래픽카드도 업그레이드해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시장 공급망도 AT&T는 물론 버라이즌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런데 아이패드2가 나오기도 전에 시장에선 아이패드3가 머지않아 선보일 것이란 추측도 나돌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가 존 그루버는 “올가을 아이패드3가 출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 4월 아이패드2를 공개한 뒤 여름에는 아이팟5를 내놓고 가을에 다시 아이패드2.5나 아이패드3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아이패드를 겨냥한 경쟁사의 태블릿 PC 공세에 맞불을 놓기 위해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해 기선을 제압하려는 전략이란 것이다. 일각에선 애플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과 같은 크기의 ‘미니 아이패드’를 선보일 것이란 소문도 있다.

 그러나 애플이 발 빠르게 신제품을 내놓더라도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무대를 독차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탭으로 아이패드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데다 휼렛패커드와 델을 비롯한 후발주자도 잇따라 태블릿 PC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기 때문이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사람들이 당신을 증오하는데 …”



“많은 사람이 당신을 증오한다는 사실이 화나지 않습니까?”(빌 오라일리)

 “당신을 ‘싫어하는(dislike)’ 사람은 당신을 잘 몰라서 그런 겁니다.”(버락 오마마 대통령)

 “싫어하는 게 아니라 ‘증오(hate)’한다니까요!”(오라일리)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 수퍼보울이 열린 6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시청자는 조마조마했다. 경기 전 폭스TV를 통해 방영된 독설가 빌 오라일리(Bill O’Reily)의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 인터뷰 때문이었다. 미국 대통령이 수퍼보울을 중계하는 방송사와 경기 전 짤막한 인터뷰를 하는 건 관례다. 한데 올해는 하필 오바마와 상극(相剋)인 폭스TV가 중계를 맡았다. 게다가 마이크를 잡은 건 오라일리였다. 그는 오바마를 ‘로빈후드’라고 조롱해 온 우파 독설가의 대표선수다.

 벼랑 끝을 걷는 듯 아슬아슬한 장면이 몇 차례 연출됐지만 시청자 반응은 좋았다. 무엇보다 오바마가 폭스TV와 오라일리까지 포용한 모습이 신선했다. 이튿날 오바마는 미국 상공회의소도 찾아갔다. 상의는 지난해 오바마에게 치욕적 참패를 안긴 중간선거에서 대놓고 공화당 편을 든 ‘호랑이 소굴’이었다. 톰 도노휴 회장은 오바마의 건강보험·금융개혁법에 대해 “미국 대기업을 악마(demon)로 모는 법”이란 악담도 서슴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바마는 도노휴 회장의 손을 선뜻 잡았다.

 오바마는 9일에도 존 베이너(John Boehner)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하원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여야 영수회담을 위해서였다. 베이너는 지난달 19일 오바마의 등에 비수를 꽂은 장본인이다. 오바마가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와 역사적 정상회담을 하고 있었던 바로 그때 그는 하원에서 건강보험개혁법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앞장섰다. 건강보험개혁법은 오바마의 최대 치적이다. 그런데 오바마를 만나고 나온 베이너는 만족한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오바마가 예수님 사촌뻘 되는 성인군자는 아닐 게다. 그 역시 속으론 부글부글 끓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대기업과 야당은 물론 밉상 독설가도 끌어안았다. 그게 다 표 계산에서 나온 제스처란 건 미국 유권자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속이 후련하다. 진보진영에서조차 오바마가 이념이란 순결을 표와 엿 바꿔먹었다는 비난은 들리지 않는다. 그건 ‘소통’이 됐기 때문 아닐까.


 소통은 요사이 이명박 대통령의 화두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1일 TV로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는 오라일리의 오바마 인터뷰와는 영 딴판이었다. 청와대가 각본은 물론 연출까지 도맡았으니 오죽했으랴. 여야 원내대표가 가까스로 합의한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회동도 하염없이 표류 중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국민은 답답하다. 진정 소통을 원한다면 가진 쪽부터 몸을 낮추는 게 순서가 아닐까. 그렇다고 대통령 위신이 깎이는 건 아니다. 오바마 인기가 요즘 부쩍 오르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정경민 뉴욕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