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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로봇이 한반도 지킨다











































글 전승민ㆍenhanced@donga.com


2020년 로봇 ‘하이퍼’를 입은 병사 한 명이 120kg의 짐을 짊어지고 산길을 걷고 있다. 뒤쪽에선 네 발로 걷는 기계 로봇 ‘진풍’이 수백kg의 무기와 탄약을 싣고 뒤따르고 있다. 주위에는 첨단 로봇과 무기로 무장한 9명의 병사가 대열을 이뤄 이동 중이다. 한 병사가 갑자기 “언덕 너머 적군 주둔지 발견”이라고 외친다. 이 병사는 손목 컴퓨터 화면을 통해 정찰로봇이 보내오는 영상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하늘에서는 원통형 비행로봇 ‘통돌이’ 1대가 분주히 날아다니며 주위를 감시하고 있다. 분대장이 “전투 준비”라고 명령하자 중화기사수는 진풍의 등에서 대공로켓 무기를 끌어내린다. 하이퍼를 입고 있는 기갑보병은 등에서 대전차로켓을 꺼내 든다. 무전병은 위성 통신시스템을 이용해 무인 전투로봇 지원을 요청한다. 무선을 받은 지휘본부에서는 작은 탱크처럼 생긴 ‘중전투로봇’과 근거리 전투지원 로봇인 ‘경전투로봇’을 급파한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창립 40주년을 맞아 8월 2일부터 3일간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2대의 로봇을 선보였다. 하나는 지형을 감지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 로봇’이다. 작은 장갑차 모양의 이 주행로봇은 앞으로 정찰, 전투지원 등 다양한 임무를 맡게 된다.

또 다른 로봇은 6개의 바퀴로 움직이는 ‘다목적 견마로봇’이다. 지뢰를 탐지하고, 잠망경 같은 감시카메라로 적군의 움직임을 감시할 수도 있다.

두 로봇은 모두 ‘차량형’이다. 넓은 지역에서 다발적으로 벌어지는 현대 전투에서는 발 빠른 기동력이 승부를 결정한다. 차량형 로봇은 바퀴나 캐터필러로 움직이고, 명령에 따라 자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목적지까지 이동하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스스로 회피한다. 무인차량이지만 센서로 얻은 정보를 활용해 주변의 지형 및 지물을 인식하고 최적의 주행경로를 판단해 주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급하거나 혼잡한 상황에는 사람이 직접 무선으로 로봇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일종의 ‘반자동’ 제어 시스템인 셈이다.

ADD는 여러 대의 차량형 로봇을 통제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전투 지역으로 1대 이상의 지휘통제 차량을 보내 여러 대의 로봇을 모두 조작하는 것이다. 벌써 실용화 단계까지 이르고 있다.


무인 전투 시스템 완성… 로봇 전차 활약 기대

한국군은 전투로봇, 즉 ‘무인전투체계’ 계획을 이미 2005년 발표했다. 현재는 이 계획을 수정, 보완해 가며 전투로봇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는 다목적감시정찰로봇, 작은 탱크처럼 생긴 중전투로봇 등을 개발해나갈 예정이다. 두 로봇은 ‘자율주행 로봇’과 비슷하다. 로켓과 기관총 등으로 무장해 적군과 총격전을 벌이며 인간 병사를 지원할 수 있는 경전투 로봇 역시 개발할 계획이다. 감시, 정찰기능을 수행하는 근접감시정찰로봇도 마찬가지다. 두 로봇은 ‘다목적 견마로봇’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개발될 것이다.

4가지 로봇이 모두 개발되면 한반도의 미래 전장이 SF영화와 비슷한 형태로 바뀐다. 중전투로봇이 먼 곳에 있는 적군의 전차에 포격을 가한다. 근거리 전투가 벌어지면 경전투로봇이 인간 병사를 도우며 기관총과 미사일로 적을 공격하게 된다.

인간과 로봇의 연계작전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ADD는 군인들을 위한 첨단 장비도 개발하고 있다. ADD가 2008년 발표한 ‘미래병사체제’에 따르면 한국 군인들은 앞으로 1~2년 사이에 ‘통합모듈형’ 장비를 공급받게 된다. 열화상과 데이터 송신이 가능한 헬멧, 휴대용 정보처리기, 방탄성이 강화된 군복, 야간 투시경 기능을 갖춘 안경 등이 기본으로 지급될 전망이다. 2단계 계획이 진행되면 일반 병사들도 영화 속에 나오는 로봇병기 못지않은 방호력과 공격력을 얻게 된다.


로봇은 최고의 전투 서포터

근거리 전투가 벌어지면 인간 병사를 최대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인간과 호흡을 맞추려면 가장 매력적인 것은 역시 사람처럼 두발로 걷고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이다. 먼 미래에는 언젠가 실용화 되겠지만 당장 10~20년 사이에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완전한 인간형 전투로봇이 탄생하긴 어렵다. 기계 성능도 부족한데다 전쟁 상황에 걸맞는 인공지능 기술도 부족하다. 이런 문제 때문에 로봇공학자들은 로봇이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전쟁에 나선 군인들이 안전하게 전쟁을 치를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먼저 개발하고 있다.

이런 ‘보조’ 로봇 개발에 가장 앞선 곳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이다. 이미 생기원은 산악지형에서 많은 무기나 짐을 싣고 병사를 따라 다닐 수 있는 짐꾼로봇 진풍(다족형 견마로봇)을 실용화 직전 단계까지 개발했다. 이 로봇은 현재 100kg의 짐을 싣고 말이나 개처럼 네 발로 걷는다. 45˚ 경사의 산길을 걸어 올라갈 수 있다. 생기원은 진풍의 성능을 2012년까지는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군인들의 힘을 몇 배나 세게 만들어주는 입는 로봇 ‘하이퍼’ 역시 개발 중이다. 이 로봇을 입고 있으면 120kg의 짐을 등에 지고 9시간 동안 움직일 수 있다. 무거운 개인용 화기도 문제 없다. 두 발로 걷는 보병이 탱크못지않은 힘을 갖게 된다.


휴대용 정찰로봇 나온다

군인들이 쓸 수 있는 감시 정찰용 로봇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군은 수류탄 크기만 한 투척용 감시 로봇도 개발할 계획이다. 적군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지역에 던져 넣으면 주위의 모든 정보를 아군 병사가 차고 있는 손목형 컴퓨터에 전달해 준다.

좀 더 정밀한 감시, 정찰이 필요할 때 건물 안 등 위험한 곳을 미리 들어가 보는 ‘휴대용 감시 정찰로봇’도 거의 완성단계다. 이 로봇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이다. 탱크처럼 ‘캐터필러’로 움직여 계단도 쉽게 오르내리고, 카메라를 통해 적진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런 형태의 국산 정찰, 탐사로봇은 ‘롭해즈’가 유명하다. 2004년 KAIST 지능로봇연구센터, 한국과학기술원, 서울대, 유진로보틱스 등 4개 기관이 공동 개발해 이라크 전에 투입한 적이 있다.

공중정찰 로봇은 6월 발표된 로봇 ‘통돌이(TDL-40)’가 있다(자세한 내용은 2010년 8월호 과학동아 기사 참조). 이 로봇 역시 생기원 작품이다.

본부와 무선통신을 주고받으며 공중에서 상황을 감시하고 촬영한 영상을 전송하는 게 주 임무다. 작은 헬리콥터 날개가 안에 들어있는 수직이착륙 로봇으로 현재 3kg 내외의 장비를 싣고 약 45분 동안 비행할 수 있다. TDL-40에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안테나, 자세센서, 제어기, 무선 송수신기, 카메라 등이 달려 있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되겠지만 강한 군사력이 없이 평화를 바라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인간과 서로 협심하며 싸우는 전투로봇이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행복을 지켜 주길 기대해 본다

스스로 싸우는 전투 로봇 가능할까



































글 고호관 기자ㆍkaridasa@donga.com



영화 속에서 강력한 전투 로봇으로 등장하는 터미네이터는 혼자 움직이며 알아서 맡은 임무를 수행한다. 눈에 달린 카메라로 사람을 완벽하게 식별하고, 움직이는 동작도 사람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스스로 판단해 주위에 있는 탈것이나 무기를 이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표적을 속이기 위해 위장술 같은 계략도 쓴다. 금속으로 만들었다 뿐이지 하는 행동은 사람 못지않다. 자기가 알아서 싸우는 전투 로봇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1. 로봇은 아군과 적군을 어떻게 구별할까?

사람이 직접 조종하지 않아도 알아서 싸울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뭘까.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는 기술이다. 영상을 통해 얼굴을 인식하는 기술은 사람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얼굴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영상에서 얼굴 영역을 찾아 낸 뒤 눈썹, 눈, 코, 입 등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부위의 밝기와 색채 정보를 추출한다. 이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얼굴 정보와 비교해 가장 닮은 얼굴을 찾는다.

이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명이다. 얼굴 인식 기술을 사람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현재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다양한 조명 아래서 인식률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전쟁터에서는 일반적인 환경보다 조명이 수시로 바뀐다. 얼굴 자체도 평소와 다르다. 병사들은 위장크림을 바를 수도 있고, 먼지를 뒤집어쓰거나, 부상을 당해 피범벅이 될 수도 있다. 헬멧과 같은 장비가 얼굴을 가릴 수 있기 때문에 얼굴 일부분만가지고도 인식할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범재 인지로봇연구단장은 “지금 연구하는 기술을 이용하면 일정한 조명에서 가만히 있을 때 97% 이상의 정확도로 사람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지만 환경이 극심하게 변하는 전쟁터에서는 불가능하다”며 “영상 처리 속도와 소프트웨어 알고리듬이 지금보다 많이 발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스텍 컴퓨터공학과의 김대진 교수도 “아군과 적군의 얼굴이 모두 등록돼 있고 카메라를 통해 들어오는 영상이 깨끗하고 명확하다면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얼굴 인식 기술이 완성된다고 해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있지 않은 적군을 알아볼 수는 없다. 사실 사람도 얼굴로 적군을 알아본다기보다는 군복과 같은 다른 정보를 이용한다. 김 교수는 “만약 적군과 아군, 민간인의 복장 색깔이 잘 구분돼 있다면 이런 정보를 이용해 구분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총과 같은 특정 물체를 인식해 군인과 민간인을 구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군이 아군으로 위장하거나 민간인이 군복을 입고 총을 드는 경우에는 영상만으로 구별할 수 없다.

유 단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번표에 전자태그(RFID)를 심어 로봇이 신호를 인식해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게 하는 것과 같이 영상뿐만 아니라 다른 기술을 추가로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2. 로봇은 어떻게 스스로 움직이고 판단해 싸울 수 있을까?

목적지까지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 주행은 전투 로봇의 핵심적인 기술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자율 주행 수준을 10단계로 구분한다. 가장 초보적인 1~2단계는 원격 조정을 뜻하고, 인간 병사처럼 임무를 스스로 알아서 수행하는 완전자율 수준이 10단계다. 현재 미국은 6단계를 일부분 완성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4단계를 완성하고 5단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로봇이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는 장비는 GPS지만, 민간용 GPS는 오차가 10m 가까이 생긴다. 국민대 무인차량로봇연구센터의 김재환 연구원은 “보통 차량 내비게이션에 쓰이는 GPS는 사람이 운전하는 상태에서 보조용으로 사용하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전투 로봇의 자율주행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사소한 오차도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군사용 GPS는 오차 범위가 10cm를 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터널처럼 하늘이 막혀서 GPS가 작동하지 않는 곳을 움직일 때는 관성항법장치(INS)로 위치를 파악한다. 관성항법장치는 가속도계와 자이로스코프로 측정한 속도와 이동방향을 바탕으로 위치를 구한다. 일정 시간 동안 움직였을 때의 가속도를 적분해 속도를 구하고 다시 이동한 거리를 계산한다. 처음에 있었던 위치에 움직인 거리와 방향을 적용하면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다.

움직이는 길목에 있는 장애물을 파악하는 데는 레이저와 레이더가 많이 쓰인다. 레이저를 이용한 거리측정기(LIDAR)는 발사한 레이저가 물체에 반사돼 돌아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거리를 알아낸다. 레이저를 전방을 향해 좌우, 상하로 회전시키면서 거리를 측정하면 장애물의 정확한 형태를 입체영상으로 볼 수 있다. 레이더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레이저보다는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속도가 빠르다. 영상도 장애물을 인식하는 데 쓸 수 있지만 얼굴 인식 기술과 마찬가지로 야외에서는 조명이 일정하지 않아 판별력이 떨어진다. 실제 자율주행에서는 이런 기술을 함께 이용한다.

그러나 로봇이 전장에서 홀로 움직이며 싸우지는 않을 전망이다. 손웅희 생기원 부장은 “병사들도 전투, 통신, 보급, 의무 등 각자 맡은 임무가 있는 것처럼 로봇도 협조제어를 통해 집단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범재 단장 역시 “결국에는 네트워크로 갈 것”이라며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로봇과 인공위성이 네트워크를 이뤄 임무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군집로봇은 텔레파시로 연결된 병사에 비유할 수 있다. 유 단장은 적군과 지형 등의 주위 환경을 인식하는 기술과 자율주행, 네트워크 기술이 합쳐지면 상황에 맞는 전술을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3 . 인간형 로봇은 언제 전장에 등장할까?

영화 ‘터미네이터’를 보면 다양한 전투 로봇이 등장한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궁극의 병기는 사람 모양을 한 터미네이터다. 인간형 전투 로봇은 과연 어떤 장점이 있고 언제쯤 등장할까. 가까운 미래에 인간형 전투 로봇이 전쟁에서 활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재 인간형 로봇은 달리는 수준까지 이르렀지만, 다양한 지형에서 균형을 잡으며 자유롭게 움직일 수는 없다. 손웅희 부장은 “인간형 전투 로봇이 병사를 대체하려면 사람보다 움직임이 뛰어나면서 동력, 유지보수, 비용 등이 사람보다 유리해야 한다”며 “향후 10~20년 안에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입는 로봇’이 훨씬 더 가능성이 있다. 입는 로봇은 외골격처럼 생긴 기계 장치로, 병사가 입고 움직이면 그 힘을 증폭시킨다. 평소보다 무거운 짐을 지고 행군하거나 더 크고 무거운 무기를 쓸 수 있게 해 준다. 다리로 움직이는 인간형 로봇은 장점이 많다. 바퀴나 캐터필러로 움직이는 로봇과 달리 다양한 지형에서도 움직일 수 있다. 한국형 견마로봇 ‘진풍’을 만들고 있는 생기원 박상덕 민군실용로봇사업장은 “산악 지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산길을 오르내릴 수 있는 로봇이 필요하다”며 다리로 움직이는 로봇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생기원 연구팀은 현재 다리가 네 개인 동물의 움직임을 본뜬 로봇을 주로 개발 중이다.

인간형 로봇이 사람만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유범재 단장은 “오히려 전투보다 공병 작업을 할 때 유리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인간형 로봇은 전투만 따진다면 그다지 유리하지 않지만 인간 병사가 하는 힘든 작업을 대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인간처럼 움직일 수 있다면’이라는 단서가 붙으며 그 날이 언제 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취재를 위해 만난 전문가들 모두 인간이 관여하지 않는 전쟁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로봇이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해도 전략·전술적인 판단은 인간이 내려야 한다는 것이 공통적인 주장이었다.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로봇의 판단력이 사람보다 뛰어나기는 어렵다는 문제와 법적, 윤리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터미네이터와 같은 로봇이 전쟁터를 활보하는 모습을 빠른 시간 안에 보기는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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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사항 :
1. 얼굴인식 기능 : 다양한 조명 조건 하에서 뿐만 아니라, 얼굴의 일부분만 가지고도 인식할 수 있어야 함. 현재는 고정된 조명 조건 하에서만 얼굴 인식 기능이 제대로 작동함.
2. 인간처럼 다양한 지형 조건에서 움직일 수 있어야 함. 현재는 달리는 수준까지는 발전했지만, 아직 다양한 지형조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함.

이제는 로봇이 싸운다

정찰부터 전투까지 전쟁의 주역 되다


글 고호관 기자ㆍkaridasa@donga.com


삼국지를 읽다 보면 흥미로운 기록이 나온다. 촉나라의 재상인 제갈공명이 위나라와 전쟁을 치를 때 ‘목우유마(木牛流馬)’를 만들어 군량을 나르는 데 썼다는 내용이다. 목우유마는 나무로 만든 소와 말이라는 뜻이다. 살아 있는 소나 말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먹지도 마시지도 않으며 밤낮없이 군량을 실어 날라도 지치지 않는다고 한다. 과연 고대 중국에 로봇이 있었던 걸까. 우리가 흔히 읽는 삼국지의 바탕인 ‘삼국지연의’는 정사인 ‘삼국지’와 달리 작가의 상상이 가미된 소설이다. 당시 기술 수준으로 미루어 봐도 목우유마는 과장이거나 상상일 가능성이 크다.

200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 이 이야기는 현실이 됐다. 게다가 목우유마와 달리 현대의 군사용 로봇은 수송은 물론 감시, 정찰, 전투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활동하는 지역도 지상만이 아니다. 하늘에는 무인정찰기와 무인전투기가, 바다에서는 무인잠수정이나 무인전투함이 활약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지난 10년 사이에 두드러졌다.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할 때만 해도 미군은 지상로봇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2만 대에 가까운 공중, 지상 로봇을 사용하고 있다. 무인정찰기로 지상공격이 가능한 ‘프레데터’, 병사 한 명이 짊어지고 다닐 수 있는 다용도 정찰로봇 ‘팩봇’, 소총이나 소형 로켓으로 전투를 할 수 있는 ‘탈론’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은 실전에 투입돼 병사를 대체하고 있다.


육군 장성 출신의 이원승 KAIST 국방무인화기술특화센터 교수는 “로봇을 쓰면 수많은 병사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며 인명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적 점령지나 지뢰 매설 지역, 화생방 오염지역처럼 위험한 장소에서 작전을 펼칠 때 로봇을 먼저 투입하면 소중한 인명을 보호할 수 있다. 로봇은 사람이 오래 견디기 어려운 환경에서 꼼짝 않고 적의 움직임을 감시할 수도 있다.

세계 각국은 군용 로봇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2003년부터 미래전투시스템(FCS; Future Combat System) 계획을 시작했다. FCS에 따르면 1개 여단은 병사가 직접 운전하는 차량과 무인항공기, 지상로봇, 무인지상센서 등으로 이뤄진다.

무인정찰기는 하늘에서 적진을 감시해 정보를 지상에 전달하고, 소형지상로봇은 하늘에서 보이지 않는 건물 안으로 먼저 들어가 적의 배치를 파악한다. 나노기술, 입는 로봇과 같은 첨단 기술로 무장한 병사는 로봇이 보내는 정보를 받아 위험을 최소화한다. 무기를 갖춘 지상전투로봇은 직접 전투를 수행한다. 이들을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해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한다. 이스라엘, 프랑스 등도 이에 뒤따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05년 ‘무인전투체계’를 발표하고 다양한 군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군용 로봇은 크게 공중로봇, 지상로봇, 해양로봇으로 나눌 수 있다. 공중로봇은 무인항공기를 말하며 크기와 고도, 목적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스스로 목표를 찾아 날아가는 크루즈 미사일도 무인항공기와 원리는 비슷하지만 다시 쓸 수 없기 때문에 로봇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지상로봇에는 바퀴를 사용한 차륜형, 캐터필러를 쓴 궤도형, 해양로봇에는 수상정형, 잠수정형, 수륙양용형 등이 있다. 초기에는 주로 정찰용이었지만, 요즘에는 전자전, 화생방 탐지, 장애물 제거, 수송 전투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미국의 아이로봇이 만든 팩봇은 어떤 장비를 장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팩봇 기본형에 폭발물제거장치를 단 팩봇EOD는 폭탄을 찾아내 제거한다. 팩봇 해즈맷은 공기를 분석해 화학물질이나 방사능물질을 조사한다. 스나이퍼 감지 장치를 장착한 팩봇은 총소리를 분석해 저격수의 방향과 고도, 거리를 알아내기도 한다. 포스터-밀러의 탈론도 여러 가지 장비를 바꿔 달면 정찰부터 전투까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부상자를 후방으로 운반하는 로봇도 등장했다. 미국의 베크나 테크놀로지가 만든 ‘베어’는 몸을 최대한 낮춰 전쟁터에서 쓰러진 부상자를 안전한 곳으로 옮긴다.



특수 임무 수행하는 다양한 로봇 등장

이와 같은 로봇은 대부분 원격 조종으로 움직인다. 병사들은 로봇이 찍어 보내는 영상을 보며 로봇을 조작한다. 간단하고 병사들이 익숙한 조종 장치를 만들기 위해 게임기인 엑스박스(XBOX)360의 패드를 이용해 팩봇을 조종하기도 한다. 전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게임기 패드로도 로봇을 정교하게 조종할 수 있다.

무인항공기도 대부분 이착륙 과정에서 인간 조종사가 개입한다. 프레데터가 실전에 처음 쓰였을 당시 조종사는 활주로 근처에 있는 특수 차량 안에서 조종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 예를 들어 미국 본토에서 이라크에 있는 프레데터를 조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최근 경향은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목적지를 정해 주면 스스로 장애물을 피해 길을 찾아 움직이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항법시스템,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장애물을 찾아 내는 장애물인식시스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결정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미국이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지만, 아직 완전한 자율주행기술은 완성하지 못한 상태다.

로봇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전투로봇이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 터미네이터와 같은 인간형 로봇을 떠올린다. 하지만 현재 쓰이는 전투 로봇은 기존의 무기와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손웅희 지능형로봇연구부장은 “전투 로봇은 병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병사들이 사용하는 무기 체계를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사람을 닮을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특수 목적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개발한 ‘빅독’은 개의 움직임을 본떠 만든 네발 로봇이다. 산악과 습지, 빙판, 계단 같은 험한 지형에서도 거뜬히 움직일 수 있다. 빅독은 몸체 안에 있는 자이로센서와 가속도센서를 비롯한 각종 센서로 몸의 자세를 파악하고 균형을 잡는다. 차량이 움직일 수 없는 지형에서 정찰과 수송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곤충을 흉내 낸 마이크로 로봇도 개발 중이다. 곤충 로봇은 작은 몸을 이용해 적의 눈에 띄지 않고도 정찰할 수 있으며, 좁은 틈이나 구멍을 통해 건물 안으로 잠입할 수도 있다. 팩봇을 만든 아이로봇은 고체로 된 구동부가 없는 ‘켐봇’을 고안하기도 했다. 켐봇은 전기가 흐르면 수축하는 물질인 유전탄성체를 이용해 만든 로봇으로,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모양을 바꿀 수 있다.


게임처럼 변한 전쟁

로봇의 활약이 커지면서 전쟁의 양상도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병사들이 직접 전장에 가지 않고도 게임하듯이 전쟁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게임기 패드로 팩봇을 조종하는 병사의 모습은 이 점을 생생히 보여 준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군사전문가 피터 싱어 연구원은 2009년 한 강연에서 이라크 전쟁에 참가한 프레데터 조종사의 말을 인용해 로봇이 일으킨 변화를 설명했다. 그 병사는 이라크에는 가지도 않은 채 미국에 있는 부대에서 “12시간 동안 적을 향해 사격하며 전쟁을 치른 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 저녁을 먹으며 아이들에게 숙제는 다 했냐고 묻는다”면서 전쟁처럼 느껴지지 않는 전쟁을 묘사했다. 싱어는 이런 병사를 칸막이 안에서 일하는 직장인에 빗대 ‘칸막이 전사’라고 불렀다.

병사가 전쟁을 전쟁답게 의식하지 못하는 반면 오히려 최전선과 가정은 더욱 가까워졌다. 로봇은 자기가 보는 장면을 모두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세계가 연결된 지금 로봇이 촬영한 전투 영상을 일반인이 여과 없이 보게 되는 일도 흔하다. 싱어는 “로봇은 전쟁과 대중을 갈라놓는 게 아니라, 둘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로 우리가 전쟁에 무감각하게 될지, 전쟁에 대한 경각심이 커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로봇은 앞으로도 전쟁에 여러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로봇을 만드는 데는 원자폭탄이나 항공모함처럼 거대한 과학과 산업이 꼭 필요하지 않다. 가격도 저렴해 마음만 먹으면 개인도 충분히 위력적인 무기를 만들 수 있다. 목표까지 스스로 날아가는 작은 무인항공기에 폭탄만 달아도 멀리서 안전하게 공격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은 부대끼리 맞붙는 정규전보다는 테러 분야에서 더욱 유용하다. 로봇은 대테러 전투에도 새로운 국면을 가져올 전망이다.

로봇 공격에 대항하는 전략도 새롭게 고안해야 한다. EMP폭탄(전자폭탄)이 한 예다. EMP폭탄은 순간적으로 강력한 전자기파를 발생시켜 일정 범위 안에 있는 전자회로를 망가뜨린다. 전자회로가 망가진 로봇은 한순간에 고철덩어리가 된다. EMP폭탄은 로봇뿐 아니라 전자회로를 사용한 모든 무기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개발할 수만 있다면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된다.

로봇에 대항하는 또다른 무기는 해킹이다. 미래 전쟁에서는 여러 대의 다양한 로봇이 인공위성과 네트워크를 이뤄 움직인다. 따라서 해킹으로 이 네트워크를 장악한다면 적의 병력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우리 편으로 만들 수도 있다.

앞으로 벌어질 전쟁에서 로봇의 비중이 점점 커질 것은 분명하다. 이원승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출산률이 낮아 앞으로 군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병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루빨리 로봇을 개발해 활용해야 한다”고 군사 로봇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로봇 전쟁이 전쟁과 전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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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쟁에서도 로봇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 : 미국(FCS, Future Combat System) 구축, 2003년, 1개 무인로봇 여단 창설; 우리나라, 무인전투체제 발표, 2005년
2. 전쟁의 방식 변경 : 사람과 사람간의 피흘림의 싸움이 아니라, 로봇 간의 결투에서 지는 쪽이 순순히 항복함(반항해봤자 자기 손해); 따라서 사람의 목숨을 보호할 수 있겠음.
3. 전쟁의 의미 변경 : 전쟁이 마치 게임처럼 되면서 전쟁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그 심각성에 대해서 자각하지 못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 즉, 더 빈번한 전쟁이 생길 가능성이 큼.

4. 개인이 (전투)로봇을 구입하는 것은, 개개인의 울타리를 더욱 더 높이 쌓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됨. 즉, 앞으로 시대는 점점 더 개인간의 장벽과 단절이 심화될 것으로 판단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