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룬 대학교 등록금 실태에 대한 방송을 시청했다. 해마다 상승하는 등록금 ... 사립대학의 경우 한 학기에 4-5백만원 많게는 6백만원 이상내야 하는 현실이기에 돈이 없는 많은 수의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서 등록금을 충당하기 위해 고생해야 했다. 이런 현실에 대해 교육부 차관은 (대통령도 한 시사방송에서 동일한 얘기를 했었다) 젊어서 하는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지금의 피눈물나는 고생이 나중에 가서는 그런 경험들이 다 인생을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피가 되고 살이된다고 말했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그네들이 자라올 당시를 생각하면 말이다. 그 때 당시에는 - 6-70년대 - 말 그대로 보릿고개 넘던 시절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버티던 시대였다. 그 때는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최빈국으로 간주되던 시대였다. 미군들이 먹고남은 음식물 쓰레기 가지고 찌개를 끓여먹던 시대였다. (부대찌개) 그런 어려운 환경 가운데서 더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큰 희생을 감당해야 했다. 예외적인 사례들이 있긴 하겠지만 대다수가 그랬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때 당시에는 사회에서도 이러한 어려움들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해 제도적으로 도움을 주지는 못했지만 보이지 않게 또 섭섭하지 않게 오고가는 정이 있었다. 다시 말하면, 등록금을 못내서 고생하는 학생이 있으면 교수가 얼마를 대준다느니 아니면 학교에서도 등록금 제출 기간을 잠정적으로 늦추어 준다느니 하는 사람다운 모습이 있었다. 따라서 힘들게 고생하면서 공부는 하지만 상대적 빈곤감이나 박탈감이 덜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은 전혀 다른 맥락이다. 돈이 없는 것은 서러운 일이다. 돈이 없는 것을 과거처럼 드러내놓기가 쉽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다. 이는 물론 대한민국에 잘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한 이유겠지만 또다른 이유는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게 되어버렸다. 돈이 있으면 존중받고 돈이 없으면 무시받는게 당연지사다. 돈이 있으면 혜택받고, 돈이 없으면 버림받는 사회. 돈이 있으면 앞서나가고, 돈이 없으면 뒤쳐지는 사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돈이 사회의 중심이 되어 버렸고 마찬가지로 인재양성의 장이 되어야 할 대학 또한 돈을 벌기 위해 교육 비지니스를 하는 장으로 전락해버렸다.
대학은 그 무엇보다도 어떻게 하면 훌륭한 인재를 양성해 낼 것인가를 놓고 끊임없이 갈등하고 연구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사회가 어떻게 흘러가든 사회적 정신이 어떠하든 대학은 본래 그 목적에 맞는 길을 걸어야 한다. 대학에도 경제논리가 필요한 부분이 당연히 있지만 그것때문에 본래 목적을 상실하지는 않았는지 주객이 전도되지는 않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학 행정의 최고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총장과 이사진들은 학생들이 대학 등록금이 없어서 자퇴까지 한다는 사실을 목도하면서 문제의식을 심각하게 느껴야 한다.
정부 역시 대학이 교육의 산실이 되도록 그 목적에 부합한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도와 주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 역시 경제 논리에 사로잡혀 그 눈이 어두워져서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아 심히 안타깝게 생각된다.
잘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땅도 넓지 않고 천연자원도 없다.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인재밖에 없는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이들 밖에 없다. 하지만 젊어서 하는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구식의 논리에 사로잡혀 적절한 인재양성의 사회구조를 만들어주지 않는 정부도 대학도 이제는 정신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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