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그대만, 2011
오랜만에 본 러브스토리 영화. 저녁에 마신 커피 탓인지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서 일어나 다시 책상 앞에 앉아서는 수업 준비로 이것저것 하는데... 스르르르 어느 순간부터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지난 번에 "오늘"이라는 영화를 와이프 없이 혼자 봤더니 와이프가 다음에 영화 볼 때는 꼭 같이 보자고 했었는데... 그 말을 못지켜줬다. 미안...다음엔 꼭!!
사실 영화가 시작되자 아내가 말한 그 말이 생각나서 잠시 고민하긴 했는데 예전에 우연히 이 영화 trailer를 보고는 언제 꼭 봐야지 하던 영화였기에 이내 와이프가 자고 있으니까....라고 나를 정당화시키고 마음 편히 보았다.
뭐랄까....이 영화...전체적으로 너무 좋았다. 사실 상 지난 여러 달 동안 한국 멜로 영화가 가진 특유의 감성적인 맛을 볼 일이 없어서 그런지 그 맛이 매우 달콤하게 다가왔다. 그 간, 신앙, 과학, 인문학, 시사 등등 수많은 자료와 서적들을 보면서 사랑에 대한 내용들도 많이 다뤘지만 확실히 학문은 학문인가 보다. 왜냐면 신학생으로서 그리고 교회 전도사로서 "사랑"의 중요성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고, 또 그렇게 떠들어 대고 다녔는데 이 영화가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다가오는걸 보면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혼 5개월차 신혼 남편으로 아내와 알콩달콩 사랑을 하면서 지내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멜로 영화가 이렇게 나를 신나고 흥분하게 만드는게 정말 신기하다. 하나님과의 사랑, 영혼과의 사랑, 그리고 아내와의 사랑이 나를 이토록 흥분하게 만들지 않는건 뭐지? 라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한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영화를 보면서 와이프에 대한 짜릿한 사랑의 감정이 더 생겼다고 해야하나? 왠지 나도 저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라는 학습효과가 생기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이건 좀 중요한 발견이 아닌지 모르겠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리고 그 행위와 방식은, 내 안에서부터 창조되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외부에서 경험하고 학습된 것이 내재화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랑이란게 짜릿한 감정만 가지고 되는건 아닌 건 분명하다. 사실 대부분 사랑 관계가 그렇게 시작되기는 하지만 점점 가면 갈수록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리고 책임감이 더 폭넓은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짜릿한 감정이 또 전혀 없다면 그것도 너무 무미건조한 사랑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짜릿함이 존중, 배려, 그리고 책임감을 불러일으키는 열쇠가 되지 않나 싶다. 사랑관계가 존중을 위한 존중, 배려를 위한 배려, 책임감을 위한 책임감은 아니잖는가.
바로 여기서 그 짜릿함이 창조물이 아닌 모방물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최초의 짜릿함 역시 어떻게 보면 외부로부터 학습된 것이 아닐까? 물론 그 짜릿함을 아주 어려서부터 경험하는 경우도 있고,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그 감정이 생기지 않아 결혼을 쉽게 결단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또 만나는 사람마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사람도 분명히 있다. 그 시작이 언제든, 경향이 어떠하든 그 원인을 본성적인 것 보다는 학습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즉, 사람이 눈이 뜨이고 인지 능력이 형성되기 시작한 때부터 본 부모님들 간의 관계, 혹은 대중매체, 또는 단순히 세상에서 그들이 경험하고 인식한 것을 토대로 그 "짜릿함"의 정도와 시간이 결정되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것을 본인은 자각하지 못할지라도...)
원인이 어떠하든 중요한 건 그게 내 삶에 지금 어떻게 미치느냐 일 것이다. 만약, 짜릿함이 학습된 것이라면,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랑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밝고 긍정적인 학습을 할 필요가 있겠다. 즉, 하나님과의 사랑 관계에서도 뜨겁고 가슴 불타는 간증이나 신앙 경험들이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를 더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얘기가 좀 산으로 올라간 감이 큰데... 어찌됐든 이 영화가 오랜만에 내 마음과 정서를 따뜻하게 해 준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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