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사태 이후 한반도 주변 파워게임 양상이 심상치 않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이후 한ㆍ미 양국은 북한 도발에 강력 대응한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동해상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을 실시했고, 뒤이어 서해에서도 항모를 동원한 연합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이에 대해 또다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ㆍ미 연합훈련은 공해상에서 동맹 관계인 두 주권국가가 자주적으로 결정해서 시행하는 것으로 중국이 이를 두고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1일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중국은 외국 군함과 군용기가 황해(서해)와 기타 중국 근해에 진입해 중국 안보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중국이 말하는 자신의 근해는 몇 달 전 우리 병사 46명이 희생된 비극의 현장이기도 하다.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하룻밤 새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이웃을 보는 듯하다. 한동안 겸손하던 이웃이 어느 날 갑자기 주머니가 두둑해지더니 본격적으로 목에 힘을 준다. 이것이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G2 시대` 도래에 직면한 한국의 앞날을 시사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글로벌 파워게임 양상은 미국의 단극 패권시대에서 미ㆍ중 양강 시대로 서서히 옮아갈 것이다. 중국의 부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중국의 부상이 그다지 평화적일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특히 동북아에서 말이다. 천안함 사태에서 보듯이 미ㆍ중 갈등 국면에서는 한국 국익이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국제 무대에 대국으로 등장한 중국을 미국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느냐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중국을 대국으로 받아들일 방법을 찾지 못하면 세계, 특히 동아시아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그동안 중국은 `빛을 감추어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힘을 기른다`는 의미의 도광양회(韜光養晦)를 기반으로 평화로운 부상을 강조하는 화평굴기(和平堀起)의 전략을 천명했다. 나아가 후진타오 정부는 주변국과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높이고 선린외교를 유지하는 `조화세계(和諧世界)론`을 계승 발전시켰다. 이런 중국의 대외전략은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자신의 텃밭에서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한ㆍ미 연합훈련을 계기로 작심한 듯 연일 자극적인 제목으로 딴죽을 걸고 있다. 이로 인해 환구시보가 지난 2일 보도한 설문조사에서 압도적 다수의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 배후에는 미국이 있어 중국과 조화를 이룰 수 없는 만큼 한국에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든지 "모른 체하면 한국은 점점 더 오만해질 것이므로 한국에 분명한 교훈을 줘야 한다" 등의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과연 `G2 시대`에 대비할 전략적 준비가 돼 있나? 우리는 이미 한ㆍ미 동맹과 한ㆍ중 관계를 별개로 생각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한ㆍ미 동맹이 한국의 중요한 안보자산이듯 한ㆍ중 관계는 우리에게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갈수록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천안함 사태는 한반도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를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북핵문제 해결도, 동북아 안정도 중국을 통하지 않고는 풀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동시에 천안함 사태는 한ㆍ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한계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한ㆍ미 동맹이 중요한지를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미ㆍ중 간 갈등도, 한ㆍ중 간 불편함도 동아시아 안정과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ㆍ중 양국 정부는 `구동존이(求同存異)` 원칙을 바탕으로 언론의 감정 섞인 논조에 휘둘리지 말고 무엇이 공통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사려 깊게 판별하고 움직여야 한다.
[이상현 객원논설위원 /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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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미전략 : `빛을 감추어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힘을 기른다`(도광양회韜光養晦) / 화평굴기(和平堀起) / 조화세계(和諧世界) ----->>> '자신의 텃밭에서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겠다' 유소작위(有所作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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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러한 세계정세구도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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